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 세포가 파괴되면서 생기는 퇴행성 뇌 질환입니다. 운동과 연관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지면 손 떨림, 경직, 보행장애 등이 나타납니다. 파킨슨병이 생기면 도파민을 보충해주는 약물치료를 하지만 진행을 더디게 할 뿐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줄기세포 치료가 시도됩니다.
우리나라 분당차병원 연구진이 파킨슨병을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길을 열었습니다. 자궁외 임신으로 떼어낸 임신 14주 태아를 산모의 동의를 얻어 기증을 받았습니다. 연구진은 태아의 뇌에서 도파민 줄기세포를 꺼내 증식한 뒤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이식했습니다. 머리를 고정한 뒤 구멍을 뚫어 뇌의 정확한 위치에 줄기세포를 넣었습니다. 첨단 뇌수술인 뇌정위수술입니다.
■ "탁구는 수준급, 파크골프도 즐겨"
10년 전 줄기세포 이식을 받은 60대 여성을 취재했습니다. 이 여성은 43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약물을 복용했습니다. 처음엔 괜찮았지만, 약물 복용 5년 뒤부터 약효가 떨어져 몸이 심하게 떨렸습니다. 수저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떨려 식사를 못했고, 옷을 입기도 힘들었습니다. 이 환자는 뇌 수술을 통해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뒤 운동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습니다. 탁구는 수준급이고, 파크골프도 즐겨 합니다.
■ 도파민 줄기세포 치료, 증상 40% 호전
이 여성을 포함해 15명이 줄기세포 이식 임상시험을 받았습니다. 줄기세포를 많이 이식받을수록 증상이 더 호전돼 높은 용량의 줄기세포를 이식받은 환자는 파킨슨병 점수가 40% 좋아졌습니다. 이식된 세포는 도파민을 분비하는 세포로 바뀌어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 줍니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파킨슨병 줄기세포 치료 소식이 들려왔죠. 하지만 10명 이상 환자의 뇌에 줄기세포를 이식해 효과를 검증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전엔 환자에게 이식할 충분한 양의 줄기세포를 얻으려면 태아의 뇌 4~5개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줄기세포를 증식하는 기술이 개발돼 지금은 태아 한 명의 뇌에서 꺼낸 줄기세포를 충분한 양으로 증식할 수 있습니다. 걸림돌이 사라진 거죠.
■ 파킨슨병 줄기세포 치료, 5년 뒤 본격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가 가능할까요? 이번 임상시험은 2상이었습니다.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검증하는 3상 임상시험이 남아 있습니다. 연구진은 좀 더 효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태아 도파민 줄기세포를 찾아 증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줄기세포로 3상 임상시험에 성공하면 허가를 거쳐 도파민 줄기세포 치료제가 상업화됩니다. 본격적인 줄기세포 치료는 빨라야 5년 뒤쯤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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